[연재1] 스테이블코인 헤게모니: 미국 규제 개편이 글로벌 시장을 흔든다
[연재2] 스테이블코인 헤게모니: KRW 스테이블코인, 혁신과 규제의 교차로를 걷다.
[연재3] 스테이블코인 헤게모니: 비용 혁신의 열쇠는 이더리움의 '메타 트랜잭션'
[연재4] 스테이블코인 헤게모니: 스테이블코인과 미래 금융, 자동차와 AI가 그 답이다
USDT와 자본유출: 규제 맹점 속 숨어든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 특히 USDT(Tether)의 급증은 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큰 화제거리 중 하나다. 2024년에만 온라인 도박 플랫폼이 처리한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이 2,178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드러난 신생 '그림자 시스템'이자, 규제의 허점을 파고드는 강력한 '창과 방패의 싸움'임을 보여준다.
사토시다이스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지난 2012년 비트코인 네트워크 트랜잭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온라인 도박이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한 곳이었다. 그 당시 도박은 ‘믿을 필요 없이 검증하라’라는 구호 아래, 검증 가능 공정성(provably fair)을 내세우며 시장을 확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규제의 틀 속에서는 결국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미국은 2006년 UIGEA(불법 인터넷 도박 집행법)를 통해 인터넷 도박 자체를 금지하지 않으면서도, 자금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으로 대응했다. 즉,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벽’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디지털 달러가 이 맹점을 파고든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익명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USDT는 규제의 ‘관문’을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국제적 감시 기관과 규제당국은 이 흐름에 맞서 온체인 분석(On-Chain Analytics)을 강화하는 한편, ‘트래블 룰(Travel Rule)’을 적용해 거래소의 감시 기능을 재정비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와 같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상의 불법 자금 흐름을 식별하고, 의심 지갑 주소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기 시작한 것도 그 전략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 기반 온라인 도박이 만들어내는 자본 유출은 ‘완전한 통제’가 어려운 현실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기술이 규제의 허점을 만든다면, 규제는 그 틈새를 메우는 혁신으로 대응하는 ‘끝없는 창-방패 싸움’의 싸움터가 될 것임은 명확하다.
글로벌 규제와 미국의 제도 설계: GENIUS 법의 등장과 전략적 의미
그러나, 미국은 과거의 ‘느린 강’에서 벗어나, 2025년 7월 18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GENIUS Act을 통해 디지털 자산 규제의 ‘게임 체인저’를 도입했다. 이 법은 미국 최초로 포괄적인 연방 차원의 규제체계를 확립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관리 기준, 감독 체계, 소비자 보호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 법이 미국을 디지털 자산 분야의 선두주자로 만들 것’이라면서, “달러 기축 통화 강화를 통해 글로벌 우위를 점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다층적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Clarity Act가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어, 미국은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려는 전략을 정면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인(미국)이 만든 법’ 아래에서, 국내 기업과 개발자들은 ‘규제의 골’에서 벗어나, ‘규제 샌드박스’ 속에서 혁신을 실험할 여지가 열리고 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안보’, ‘투자’,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며, 글로벌 금융 질서를 재편하는 전략적 포석을 마련한 셈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표준을 선도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은 이러한 미국의 금융·기술 정책을 바라보며, 막연히 ‘흉내 내기’보다는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인’의 길을 좇는 대신, 기축 통화국이 아니면서도 강한 금융시장을 구축할 방법, 핵심 기술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 그리고 자생적 혁신 생태계를 키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은 ‘날렵한 메뚜기’에서 ‘강력한 도약의 뿌리’로
AI 스튜디오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메뚜기다’라는 자조적 표현은 잠시 접고, 지금이 바로 ‘가장 빠르고 민첩하게 달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형중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자동차와 AI에 답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현재와 미래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핵심적 통찰로서, 단순한 비유를 넘어서, 기술 혁신의 본질적 방향성과 현실적인 해결책을 동시에 제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자동차’와 ‘인공지능(AI)’이 각각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사례를 상기할 때, 김 교수의 주장은 기술 혁신이 기존의 한계와 반대 의견을 극복하며 나아가야 함을 강조한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증기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기득권 세력은 그 안전성, 비용, 공공 안전 문제 등을 들어 반대했지만, 결국 개선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자동차로 진화했듯이, 스테이블코인 역시 초기의 문제와 규제상의 한계, 그리고 시장 내 부정적인 인식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AI’는 앞으로의 금융·기술 생태계에서 혁신 동력을 제공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과거 ‘퍼셉트론’과 딥러닝 기술이 겪었던 ‘한계와 재발견’의 과정처럼, 현재의 규제와 기술적 도전도 결국 더 정교한 기술적 해결책(예: 온체인 분석, 규제기술, 스마트 컨트랙트의 발전)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즉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자동차와 AI에서 큰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혁신이 나오지 않거나 적절한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생존이 어렵다는 사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적·제도적 ‘진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시장과 규제 모두 ‘창과 방패’의 싸움 속에서 끊임없이 재편되는 지금, ‘미래의 답’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발전하는 규제 속에서 마련될 것임을 암시한다.
미래의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산업은 단순한 금융 혁신을 넘어, 자동차와 인공지능이 그러했듯이 ‘생존의 전략적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규제를 앞서갈 때, 규제는 기술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한국도 선제적이고 현명한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끝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 무기’가 바로 이 혁신적 기술과 제도적 기반 위에서 만들어질 것임을 믿으며, 한국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신속한 정책 적용으로 ‘날렵한 메뚜기’에서 ‘강력한 도약의 뿌리’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