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강국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결정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 두 나라는 서로 보완하는 강점을 갖추고 있어 지역 내 기술 리더십을 새롭게 재편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은 첨단 반도체, 네트워크 하드웨어, 그리고 신속한 자본 투입 능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신뢰성 높은 엔지니어링, 첨단 에너지 시스템, 그리고 더 선선한 기후를 활용한 데이터 센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초대형 데이터 센터 사업자(U.S. hyperscalers)에 도전할 수 있는 강력한 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시작된 몇 가지 사례들은 이 시너지 효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와 JFE는 산업 부지를 AI 기반 데이터 센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SK와 AWS는 7조 원 규모의 울산 초대형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전략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각각이 이룬 성과는 일시적인 성공에 그칠 수 있으며, 더 큰 의미의 지역적 인프라를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진정한 기회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동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 있다. 예를 들어, GPU 임대 공유, 냉각 기술과 모듈형 설계에 대한 국경을 넘는 연구개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신흥 시장에서의 국가 차원의 데이터 센터 구축 등이 그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초대형 데이터 센터 사업자들은 2025년까지 5천억 달러 이상을 AI 데이터 센터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남아시아는 베트남이 연 17.5~18.8%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유망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전력 공급과 인허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진전이 더딘 상황이다. 반면 일본은 북부의 선선한 지역을 목표로 하고 규제도 개혁하여 AI 인프라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정책 차이로 인해 협력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GPU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한국과 일본은 AI 연산 자원을 내국으로 옮겨야 하는 긴박성을 느끼고 있다. 또, 동남아의 데이터 현지화 법제도 역시 협력의 기회를 제공한다. 에너지 문제도 중요한 관건인데,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딘 반면 일본은 암모니아, 수소, 해상풍력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어 친환경 AI 인프라를 위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협력 모델을 개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동 규제와 기술 표준 하에 동남아시아에 공유 AI 인프라 구축 구역을 마련하거나, 민관이 공동 출자하는 AI 인프라 개발 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되면, 신규 프로젝트를 더 빠르게 추진하면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이 두 나라가 각자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더 깊은 협력을 추진한다면, 혁신과 안정성을 갖춘 강력한 지역 AI 및 데이터 인프라 표준을 세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글로벌 기술 경쟁 구도를 새롭게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이호준 대표는 아키스 코리아의 수장으로서, 글로벌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2025년 6월 한국 사무소 개소와 함께 취임했다. 도쿄에 본사를 둔 아키스의 한국 지사를 이끄는 그는, 국제적 수준의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내 전문가들의 글로벌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키스의 엄격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다양성과 고성능을 갖춘 팀을 구축함으로써,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대표의 전문 영역은 지난 10여 년간 AI, 데이터 센터, 핀테크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되어 왔다. 현재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전역의 전문가 네트워크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국내외 시장 동향과 최신 트렌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